2024년 12월 3일 화요일 ~08:56:00
이주노동자 사망 원인 분석 보고서 발간
국내 상당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위험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지난 11월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주노동자 사망에 관한 국내 첫 번째 연구보고서를 최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어떤 배경에서 이번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 건가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용역을 받아 진행하였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김승섭 부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노동자 42만 명을 포함해 144만 명에 달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다가 사망하는 것에 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전혀 없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된 산업재해에 한정된 연구는 있어도, 산업재해로 인정 받지 못한 사망자와 행정절차상 산업재해로 분류되지 않은 사망자, 제조업뿐만 아니라 어업, 농업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규모와 사망 원인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없었습니다. 이번 인권위 연구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하는 사회적 원인을 규명하고, 다양한 행정 통계를 모아 이주노동자의 사망자 수, 국적, 성별, 사인을 확인하는 것을 1차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사인을 규명하고, 배보상을 요구하고 지급받는 과정에서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이주노동자 사망을 예방하고 존엄한 장례와 합당한 보상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 그동안 이주노동자 사망에 관해 체계적으로 다룬 연구가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인데요. 처음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연구팀이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종합적인 이주노동자 사망 통계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이주노동자’의 범위를 행정적으로 정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각 통계청,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각 정부기관에는 미등록자를 포함한 노동하는 모든 외국인, 또는 한국 국적을 갖지 않으면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규모를 추산하고 있는 공통 자료가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취업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는 비자를 갖고 있는 체류 외국인 중에 무급가족 종사자까지, 노동하는 이주민을 최대한의 범위에서 포함하여 사망 시 소지한 비자를 기준으로 이주노동자를 정의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이주노동자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이주노동자하면 떠올리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전체의 16.3%에 불과했습니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이들만 이주노동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왔는데 그럴 경우 다른 비자를 통해 일하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존재가 간과될 것입니다. 고용허가제 외에 단기 취업 비자, 계절근로자를 포함한 다양한 취업 비자와 거주 비자 등으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규모가 상당하였고, 이번 연구에서는 이들을 최대한 포괄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규모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이주노동자 사망자를 추산하는 과정에서도 과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과제들이 있었을까요?
기존 연구들은 이주노동자 사망과 관련 통상 ‘산업재해’로 불리는 사망에 관하여서만 이루어져왔습니다. ‘산업재해’는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되어, 업무상 연관성을 인정 받은 사례에 한정되기에 산재로 승인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의 사망과 신고조차 되지 않은 사망들, 어업과 농업에서 발생한 사망들의 규모와 그 심각성은 쉽게 간과됩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망과 인정 받지 못한 사망을 구분하여 사망자 규모를 파악하였는데요. 어업과 농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 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근로복지공단에서 관리하고 있고, 어업은 수협 중앙회에서, 농업은 농협생명보험주식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어 각각의 통계 자료를 취합해야했습니다. 하지만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비법인 농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례, 선원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같이 보험 체계에 속하지 못한 노동자들 그리고 변사와 무연고 사망으로 기록된 이들은 배제되고 있어, 이를 포괄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같은 기준에서 미등록이었거나 노동이 가능한 비자를 갖고 있다가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2022년 한 해에만 3,34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고, 이중 산업재해로 인정 받은 사망은 137명으로 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한국 행정 시스템에서 성별, 비자 종류 등 최소한의 정보가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214명에 불과했습니다.
4.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임연구원 김승섭 교수가 온라인 상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였는데요.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 위험은 한국국적 노동자에 비해 최소 2.3배에서 최대 3.6배 높습니다. 이 자체로도 충격적인 수치인데,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대체로 입국 당시 한국국적 노동자에 비해 건강한 상태이고, 이주노동자 중 한국에서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면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이를 반영한 사망률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 보고서가 이주노동자의 사망원인과 통계, 사후 대책을 다루고 있음에도, 정작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은 이 보고서에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고서 전체를 번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팀은 국내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수가 1만 명이 넘는 13개 국가의 언어로 요약문을 번역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승섭 교수의 말처럼, 아무리 중요하고 유용한 지식이 생산되어도 그 지식이 필요한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연구의 의미가 퇴색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식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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